

단선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립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킨다’는 뜻의 ‘부’와 ‘가늘게 오린 대나무’라는 뜻의 ‘채’가 어우러져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키는 채’라는 의미가 담긴 순우리말입니다. 단순히 더위를 이겨내는 본래의 쓰임새 이외에도 선면에 그림을 그려 감상하는 예술품으로서의 기능과 외교사절에게 주는 선물, 제례나 사교적인 목적 그리고 계급을 나타내는 등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되었습니다.
아홉 살 나이부터 아버지 곁에서 부채와 함께 했던 저는 친구들보다 부채와 노는 게 좋았고 장난감보다 대나무가 좋았습니다. 늘 혼나면서 배웠고 이제는 제자들을 혼내며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저에게 있어 부채는 늘 어렵고 새로운 도전의 대상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태극 모양의 부채를 만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태극 안에 깃든 천·지·인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적(빨강), 청(파랑), 황(노랑)색의 디자인에 매료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천지인과 적·청·황의 내면을 고민하고 그것을 확대재생산하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부채에 관심을 갖고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저의 이런 변화와 창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기쁩니다. 제가 부채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여기 방문해 주신 분들도 우리의 부채에 대한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이곳에서 부채에 담긴 전통과 예술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여름에 선자장 방화선.

선자장(扇子匠)
'선자장'은 전통 부채를 만드는 기술과 그 예술성을 이어가는 장인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부채는 단순히 여름철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를 넘어 일상생활에서 불을 피우고, 햇볕을 가리고, 벌레를 쫓으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던 중요한 생활 도구였습니다. 특히, 전주 지역의 부채는 팔덕선(八德扇)으로 예찬받으며 전라감영 내에 부채를 제작하던 '선자청'이 활발히 운영되었습니다. 방화선 선자장은 대를 이어 이곳에서 선자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전통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